안녕하세요! 약 10개월만에 회고를 쓰게 되었습니다. 마침 취직한지 만으로 2년이 된 김에 걸어온 길을 정리할 겸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이직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고자합니다. 웹 백엔드 개발에서 sLLM을 이용해서 AI 엔지니어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꽤 비중있게 다뤄질 내용인데 이 주제를 가지고 개발 공부한지는 만으로 5년 회사생활 만으로 2년동안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서 고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술에 대한 집착을 잃고 상황에 맞는 개발에 집중하다
예전이라고 할 것도 없이 불과 2년전 취준을 할 때만 해도 세련되고 멋있는 기술에 대한 선망이 있었습니다. "기왕 가는 김에 쿠버네티스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혹은 "캐싱과 메세지 브로커가 있으면 좋겠다" 등등 세련되고 멋있는 기술을 사용하면 실력있는 개발자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이런 어려운 기술을 이용해서 개발하는게 실력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고 만약 어떤 기업이 쿠버네티스를 쓴다면 그건 그게 멋있어서 쓰는게 아니고 쿠버네티스를 쓸 수 밖에 없는 회사여서 그걸 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지 않은 곳도 몇 군데 들은 것 같아요..)
분명 기존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고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수없이 많은 회의를 거쳐 그 기술을 적용하고 마이그레이션 한 결과물이라는 것이죠.
이 말은, 굳이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베스트라는 것입니다. 팀에 5명 밖에 없는 소규모 팀인데 쿠버네티스를 사용하는게 올바른 선택인가? 하면 그건 아니라는 얘기죠. 산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거대한 굴삭기로 집 앞 텃밭을 가꾸겠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용도에 맞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베스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걸 알게 된 것은 취직한지 그리 지나지 않은 3개월차, 이제 막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프로젝트를 혼자서 개발하던 상황에서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혼자 개발해야되고 프로토타입의 솔루션을 상용화 해야하는데 이걸 내가 다 관리하고 개발해야하는데 Redis가 무슨 소용이고 HA가 무슨 소용이라는 말인가 싶었죠.
개발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지만 본질은 문제해결이고 그 문제해결을 위한 도구로 개발자는 코딩 혹은 엔지니어링을 하는 것이 본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코딩하는 재미를 잃고 일하는 재미를 얻다
코딩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할 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데요, 내가 열심히 개발해서 뭔가 결과물이 뿅하고 튀어나오거나 더 나아가 그 결과물이 내가 설계한대로 동작할 때의 그 쾌감이 정말 신선했고 엄청난 도파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결과, 개발을 게임처럼 하기 시작했고 하나씩 퀘스트를 깨나가는 것 처럼 하나씩 개발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MMORPG를 좋아하다보니 조금씩 경험치를 얻는 것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가 있었는데요. 사실 레벨업 해보시면 알지만 하루하루 얻는 경험치는 뒤로 가면 갈수록 쥐꼬리만큼이거든요, 근데 그게 결국 쌓여서 고렙이 되고 최종컨텐츠를 즐기면서 보상받는 매커니즘입니다.
사람들은 성장이 계단식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성장은 무조건 선형적이라고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사실 관점의 차이이긴 한데 RPG에서 "레벨" 그 자체는 계단식으로 올라갑니다. 10, 11, 12... 그런데 경험치는 어떤가요? 10레벨에 10퍼.. 10.000001퍼... 10.00002퍼... 이런식으로 성장하는게 당연하고 이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당장 성장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이 개념에 대한 인지가 있었기에 언젠가 성장할 내 모습을 기대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현타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역시 AI의 등장이죠.
저는 제 케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작업이 어느정도 시간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직관이 나름 뚜렷한 편입니다. 그리고 그 직관은 개발 공부를 시작한지 만으로 4년이 되었던 작년 이맘때까지 유효했습니다. 이 직관은 개발 예상 소요시간을 상사에게 보고할 때 매우 유용했습니다. 그리고 보수적으로 계획을 잡아서 마감일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는 단 한순간도 없었죠.
그 즈음이었죠, Cursor라는 놈이 등장하기 시작한게...
물론 AI, 특히 ChatGPT를 이용해서 나아가는 개발도 시간을 어마어마하게 단축시켜줬습니다. 특히 백엔드 개발이 아닌 서버를 만질 때 뜨는 에러는 구글링으로 핏한 에러를 찾기 힘들었거든요. GPT로 개발할 때도 속으로 '와 이거 내가 직접 개발했으면 얼마나 걸렸을까..?' 라는 생각을 할정도로 30초만에 문제를 해결해주는 이 미친놈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지만 그놈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 커서라는 놈이 AI를 이용한 개발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맥락"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코딩의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나게 복잡한 로직이 아닌 이상 커서한테 맡긴게 나보다 코드 퀄리티도 좋고 속도는 거의 20배 30배씩 빨랐기 때문입니다.
예전같으면 3~4시간정도 작업해야 완료되는 결과물이 수십초안에 해결되서 결과물로 보이니 미친놈 위에 더 미친놈이 있는 느낌이었죠.
그로부터 약 1년... 이제 저보다 코딩 잘하는 에이전트들이 널리고 널렸습니다. Cursor, Antigravity, Claude Code 등등... 요즘 구글에서 나온 안티그래비티는 화면 보고 직접 버튼 클릭해보고 버그 생기면 지가 알아서 디버깅하고 개발하는거 보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 결과, 제가 느꼈던 코딩하는 재미는 이제 AI가 다 가져갔습니다...
대신 조금 더 고차원적인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3~4시간 혹은 하루 종일 걸려도 모자랄 시간동안 개발해야 했던 것이 수십초안에 끝나버리니 저는 그 결과물을 보고
"네 코드는 멱등성을 고려하지 않았어 다시 개발해"
"이 LLM 답변은 우리 비즈니스랑 맞지 않아 조금 더 핏하게 대답하도록 변경해"
이런 고차원적인 일부터
"443 포트를 사용하면서 localhost:8933으로 프록시되는 nginx conf 파일 하나 만들어줘."
"스프링 부트 프로젝트를 도커 이미지로 만들거야 Dockerfile 만들어봐. 세세한건 내가 피드백 해줄게"
이런 잡일까지 AI가 수초내지 수십초안에 만들어주니 결과물만 보고 바로바로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실제로 이직한 회사에서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으시다가 제 권유로 적극 사용하시는 과장님이 계신데 이분도 저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코딩이라는 "노동"은 없어지기 직전입니다. 물론 조금 더 거대한 맥락이 필요하거나 세세하게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이상하게 개발할 때는 사람이 개입하긴 해야되지만요.
하지만 이제 더 고차원적인 "일"을 할 수 있고 이 일을 하는 재미가 굉장히 쏠쏠해서 지금 굉장히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ㅎㅅㅎ
생산성을 얻고 일자리를 잃다
지금 회고에선 관련없지만 이어지는 내용이 AI가 등장하면서 평소에 10명이 필요했던 일을 2~3명이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수치입니다.) 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10명이서 하던 일 중 한두명 나가면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야근에 시달리면서 만약 식비를 챙겨주지 않는 회사는 자비로 저녁까지 사먹으면서 일을 해야했죠.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한두명 나가도 어떻게 잘 하면 돌아가니까요.
이런 글로벌 트렌드는 고용이 유연한 미국에선 대량해고로, 유연하지 않은 대한민국에선 고용감소로 반작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좀 있던 신입 개발자 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경력자도 예전만큼 많이 뽑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치명적인건 신입쪽인데, 제가 위에서 코딩하는 재미는 잃고 일하는 재미를 얻었다고 말했지만 취준생은 일하는 재미가 뭔지도 모르고 계속 없어지는 일자리에 불안감만 증폭될 것 같더라구요. 또한, 경력자들은 당장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취준생은 그렇지도 않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제가 취준할 때만 하더라도 "어떤어떤 기능 개발했다" 이게 스펙이 되었는데 요즘 그런건 씨알도 안먹히고 "이런거 개발했고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 이런거 때문에 이런 방법론을 적용했습니다" 이렇게 한단계 더 나아가야 눈에 띄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치며
회고겸 사회현상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봤습니다. 오랜만에 정리하니까 머리속이 정갈하게 청소된 느낌이라 상쾌하고 좋습니다. 이제 다음 포스팅은 요즘 공부하는 AI 엔지니어링 이론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습도 적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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